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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격증(資格證)과 자격지심(自激之心)
 
현재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에 등록된 민간 자격증 수는 7천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자격증의 상당수는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허울뿐인 자격증이다. 직능원에 등록조차 하지 않은 가짜 자격증도 허다하다. 문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이들의 불안심리를 악용, 자격증 장사로 한몫 챙기는 사기꾼 일당에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씁쓸한 대목은 이들 자격증 가운데 '상담사' 타이틀이 들어간게 99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노후대비 평생직종으로 유망하며 갈수록 수요가 많아진다는 '떡밥'이 먹힐만한 분야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쉽게 자격증을 취득해서 상담하겠다고 마음먹은 자격증 구매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국가가 인정하는 민간자격 상담사라고 해도 그닥 신뢰하지 않는 편이기에 더더욱 찌라시 자격증은 말할 것도 없다는 거다. 왜 자격증 장사가 돈이 되는 장사가 되어 이토록 판을 치는가. 자격증에 얕은 실력을 무마할 심리적 보상을 얻고 자격증에 실수해도 반성이 없는 자신감의 근거를 두려는 '자격지심(資格之心)'때문이다. 기술 관련 자격이라면 눈에 쉽게 드러나기때문에 속일수 없다. 그런데 마음을 다루는 심리관련 자격증은 검증이 쉽지 않다. 게다가 고객들도 자격증을 보면 일단 믿고 들어간다. 그래서 가짜 자격증이나 가짜 학위도 거래가 된다. 자격없는 사람들끼리 자격증 거래가 되기에 공생공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참되고 바르게 쌓은 실력으로 자격에 도달한 이들이 있다. 존경한다. 그런데 현장을 살피면 실망스러운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들도 결국 어쩔수 없이 그 구조에 편입하게 된다. 국가자격증이 아닌 어떤 자격증이든 '자격증' 이름 석 자 적힌 액자를 구한다. 그게 없으면 스스로를 지탱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 중에 조금 인맥 좋고 수완 좋은 이들은 아예 자기 구미에 맞는 자격증을 만드는 일에 뛰어든다. 다분히 주관적인 동기에서 시작됐기에 사기까진 아니지만 사기성을 띠게 된다. 기왕이면 돈도 벌고 싶어진다. 없어도 되는 걸 집어 넣고 진입 장벽을 조절하면서 장사 아닌 장사를 하게 된다. 결국 원죄를 짓게 되고 그렇게 형성한 구조는 실력을 담보하기 어렵다.
 
불만가득한 자의 푸념으로 듣지 말기 바란다. 난 괜한 꼬투리 잡는 일은 피곤해서 안한다. 내가 걸친 껍데기는 별거 없지만 오랫동안 상담계의 현상과 이면 그리고 일반인 내담자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을 토대로 정말 진지하게 던지는 화두다. 신문 광고에 등장하는 휴지조각 자격증은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심리학도로서 그래도 그럴듯한 학회에 몸담고 있다면 자격증을 취득하기 앞서 자신의 태도를 점검하기 바란다. 왜, 어떤 절차로, 어떤 태도로 자격증 취득에 이르려 하며 그러고 있는지를 말이다.
 
자기계발전문가 공병호 소장은 <1인기업가로 홀로서기>라는 책 표지에 명함 두 개를 제시했다. 하나는 직장명과 직책이 적힌 명함이다. 다른 하나는 이름 석자만 있는 명함이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이 가진 명함에서 이름 석자를 남기고 다 지워보라고. 그리고 남는게 당신이라고. 명언이다. 마찬가지다. 당신이 가직 학위, 학벌, 자격증, 수료증 다 좋다. 그 모두를 지워보라. 그리고 남는게 당신이 상담가로서 수련한 실제 경력이다. 수련수첩에 도장이 늘어나는게 실력이 아니다. (돌아보건데, 내가 아는 학교 동기이자 상담 동료는 그런면에서 몇 안되는 참된 실력자요 진짜 상담자의 길을 가는 친구였다. 부족해도 부단히 각고의 노력하는 이가 아름답다.)
 
부디 상담계에 발을 디딘 이들은 이것을 주의하고 점검하며 정리하길 바란다. 대한민국 상담계가 그저 맘씨 착한 이웃집 아저씨/아줌마가 되어버린다면 내담자는 차라리 점집으로 가버리고 만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보다 칼날이 약하고 철학자 강신주의 다상담보다 치열한 공감을 해내지 못한다면 근사한 자격증 벽에 걸어봐야 오히려 수치일 뿐이다. 자고로 전문가는 사 입은 옷이 아니라 옷 입은 옷걸이다. 옷걸이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 SJ더스틴(2014-1-11)
 
*이 글은 그렇다고 비전문가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니 이도저도 아니면서 용감한 이들은 아전인수 하지 말고 오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