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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들 세상에 개입한 어른들 관념에 대한 단상
 
1.
격조했던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당황스러운 일에 연루되어 급히 자문을 요청한 것이다. 한 아이가 집단으로 놀림을 받았다는데 그 아이가 지인의 자녀를 그 대상으로 지목한거다. 학교에선 사실 관계를 따지기 위해 아이들의 진술을 받기 바쁘고, 언어폭력으로 아이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어머니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법적절차를 밟겠다며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기세다. 지인은 방향잡기가 어렵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자녀는 그 아이를 놀릴 의도가 없었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레 벌어진 일이었다며 당황스러워 한다고 했다. 놀림 받았다는 아이의 어머니는 사실 관계를 왜곡, 과장해서 주장을 펼치며 학교처벌을 운운하는데 이것을 받아줄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2.
이와 비슷한 사례를 다룬적이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는데 한 아이가 학생들 사이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행동을 계속하다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아이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집단이 형성되자 너나 할것 없이 동참했다. 그중에 한 명(내담자였던)이 참다못해 그 아이를 잡아 흔들면서 혼쭐을 냈고 그것이 화근이 됐다.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고 하는 아이의 어머니가 고소를 하겠다며 아이를 정신과 검사까지 받게 했다. 교장을 찾아가서 처벌을 요구했다. 자신이 잘 아는 법조계 인사 명단을 읊기도 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갔다. 내담자 학생은 황당해 했고 답답해 했다.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닌데 말도 안되는 오해를 받고 그에 따른 처벌을 협박처럼 받아야 하는것을 너무나 억울해 했다.
 
3.
이쯤되면 뭐가 좀 보이지 않는가. 누구의 싸움인가. 부모들 싸움이다. 자존심 싸움이다. 힘 겨루기다. 쪽수에서 밀리면 권력을 동원하면 된다. 사실 법으로 하자는 말 쉽게들 하는데 고소고발은 진흙탕 싸움이다. 서로 지친다. 그래서 이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왠만하면 그렇게 안한다. 다시말해 '오죽하면'이란 코드로 이해 해보려고 해야한다. 금력을 통한 인맥을 총동원해 권력을 위시하는건 그만큼 당하고 있기 싫다는 말이다. '당했다'고 느끼는 거다. 그 심정이 중요하다. 아이가 '몰렸고', '당했고', 부모도 '몰리고', '당하는' 기분이다. 여기서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은 생을 달관한 사람이거나 지독한 약자일 것이다. 보통은 그렇게 반응한다.
 
4.
그러면 어떻게 꼬인 매듭을 풀어낼까. 난 경찰도 아니고 변호사도 아니다. 흥신소 직원도 아니다. 상담자다. 그러니 해법의 관점이 다르다. 내가 제시하는 원칙은 이렇다.
사실은 사실대로 타협없이 진실을 가리고 심정은 심정대로 여한없이 풀어주시라. 마음을 푸는게 먼저다. 그땐 사실 관계를 개입시키지 마시라. 도의적인 책임에는 고개를 조아리되 법리적 책임은 명백히 하시라. 허나,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진심이 전달되면 법적 공방은 눈녹듯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소통은 치유를 가져오며 치유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아닌 윈윈(win-win)게임을 경험케 한다는 원칙이다. 자칫 아이들의 세계에 어른들이 너무 깊이 개입해서 자연스런 성장통이 될 일을 트라우마로 만들뻔한게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누가 이기고 지고, 옳고 그르고가 아니라, 그래서 무엇을 배웠는가가 이런 환경이 주는 메시지의 핵심이 아니겠는가. 아무튼 지인에게 해준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알려준 원칙대로 해서 일이 잘 마무리 되었고 상대방 아이의 심정도 헤아리게 됐다고 한다.
 
5.
이런 맥락과 유사한 형사사법모델이 있다.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또는 회복적 정의)이라고 하는 것이다. 회복적 사법은 죄에 대한 처벌과 응보가 능사가 아니라는 관점이다. 서로가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회복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세상이 각박해져 간다. 학교에 경찰관이 상근한다. 스승과 제자는 없고 교원과 학생만 있다. 뭔가 문제가 심각하다. 회복적 사법도 필요하지만 회복적 교육도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 SJ 더스틴
 

* '회복적 사법'에 대해 더 알고싶은 분은 <자료실>에 올린 논문을 다운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