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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잃어버린 시계
 
오래 전에 비매품으로 받은 아끼던 손목시계를 친한 동생에게 선물로 줬습니다.
오늘 그 친구를 만났는데 대뜸 '사죄할게 있다'면서 말합니다.
그 시계를 잃어버렸노라고.
놀라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게 '사죄'라는 단어를 사용할만한 일일까 싶었지요.
연거푸 미안하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시계를 잃어버린게 뭐가 잘못한 일이냐. 뭐가 미안한 일이냐.
시계를 버린것도 아니고 잃어버린게 아니냐.
시계는 있는데 시계를 준 나를 잃어버린다면 그게 더 미안할 일이 아니겠나.
내가 시계를 선물로 주었으면 그 시계를 받은 '사람'이 있기를 바라겠나
아니면 그 사람한테 준 '시계'가 남아있길 바라겠는가.
그러니 미안하단 말은 한 번으로 족하다.
괜찮다.
 



그러고보면 이런 말을 하는 나 자신도 많이 변했구나 싶더군요. 무언가를 주는 '사람'보다는 그 사람이 무엇을 주는가에 관심이 있었고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 보다는 '무얼 하는 사람인가'에 관심이 더 있었지요. 사람공부하던 저에게 사람 자신보다는 사람을 두르고 있는 무언가가 더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 사람의 존재 자체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저마다의 고귀함이 있는것이죠.

상담이란 것도 결국 저마다의 존재로서 고귀함을 발견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도. 그들도. 모두가. 함께.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잘 갑니다.
우리도 멈추지 말아야지요.
 
2013.9.25.
 
/ SJ 더스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