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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심리상담의 산업화에 대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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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출판시장과 방송언론계를 통해 심리학 열풍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계발과 강연 문화가 자리잡은 것처럼 심리학도 대중적인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 관심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먹고 살만해졌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제가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시절만 하더라도 심리학 공부를 하면 주위에서 "그거 해서 뭐 먹고 살려고 그러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인기학과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심리학은 홀대를 받았지요. 요즘처럼 돈을 위해 대학가고 돈을 위해 전공을 선택하는 시절에 심리학과가 인기학과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게다가 심리학 열풍에 힐링 열풍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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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바람이 붑니다. 바람이 불면 돈 만드는 사람들은 그 바람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될성 싶은 바람은 계속 부채질 해서 바람을 일으키지요. 그러면 유행을 쫓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바람을 쫓아갑니다. 붐이 입니다. 이제 상품성이 검증됩니다. 그러면 사업이 나타납니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은 빠르고 너른 유통을 위해 상품을 표준화, 규격화, 공정화 한 뒤에 보기 좋게 포장합니다. 포장은 가능한 화려한 스펙 나열과 연예인들을 위시하여 후광효과를 노립니다. 그 과정에서 출판,방송,언론 '시장'과 심리상담 '공장'의 협력 시스템이 만들어집니다. 부족하나마 이 바닥에서도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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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규모', '최고의 전문가', '다수의 방송경력'을 내세우는 상담기관을 보면서 문득 십 여 년 전에 어느 상담단체의 원장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상담학자는 상담업자를 인정하고, 상담업자는 상담학자를 존중해야 한다."
상담학자는 주로 대학에서 연구하는 교수를 말하고, 상담업자는 주로 사설기관에서 상담하는 현장 상담가를 말합니다. 상담학자가 상담업자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현장감각입니다. 상담업자가 상담학자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전문적 식견입니다. 실은 이 두 영역의 거리가 좁혀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느정도 괴리가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두 영역은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만나야 하는 것이지요.
 
4.
왠지 서글퍼지는건, 이 둘이 서로 멀어지는 것 때문만이 아닙니다. '학'에 매진해야할 분들이 '업'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업'이 '현장'을 뜻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업'이 '돈'이 될 때 서글픔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상담의 사업화, 산업화가 가속화 될수록 본질은 사라지고 포장만 화려해지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정신에 담기지 않고 보기 좋은 구호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전문 역량은 사라지고 전문 자격증만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내담자와의 만남은 사라지고 거래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위해 상담이 존재하기 보다 상담사업을 위해 내담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내담자가 계속 돈으로 보이면, 약속한 세션을 조기 종결하겠다는 내담자에게서 돈 생각이 난다면, 상담자로서는 자격이 없습니다. 사업을 해야지요.
 
5.
주객전도...
이런 까닭에 상담의 산업화를 우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 내담자들이 미디어의 '바람'을 분별하여 태도를 정할수 있을지 걱정되어 또 다시 우려합니다. '상담학'과 '상담업'의 비율을 얼마나 잘 견지하고 갈 수 있을지 나 자신도 우려해봅니다. 기우이길 바랍니다.
 
/ SJ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