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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담장면을 '비교적' 잘 묘사한 <인트리트먼트>


In Treatment
 
[미드] 상처 입은 치유자의 상담이야기, <인트리트먼트>를 아시나요?
 
 
 
들어가며

어느 한 정신과의사의 상담 이야기를 소재로 해서 이것을 드라마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단 2명이며 이들은 별다른 액션도 없이 그저 소파에 앉아 대화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드라마 내용의 거의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는 굉장한 것이었다. 이것은 미국드라마 하면 <엑스파일>이나 처럼 흥미진진한 소재들로만 채택해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나에게 <인트리트먼트>는 꽤나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던 것이다. 정말이지 말그대로 <인트리트먼트>는 두 사람이 그저 주고 받는 대화 내용 그것밖에 없는 (아마도 제작비가 가장 최저로 들어가는) 최소비용의 드라마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매우 굉장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략 줄거리
시즌1에서 등장하는 내담자로 월요일에는 젊은 여인 로라, 화요일에는 비행조종사 알렉스, 수요일에는 10대 체조선수 소피, 목요일에는 제이크와 에이미 부부가 등장한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상담자인 폴 자신이 예전의 슈퍼바이저였던 지나에게 상담을 받는 걸로 나온다. <인트리트먼트> 시즌1은 이러한 다섯 에피소드가 번갈아가면서 연재되는 형식을 띠고 있다.
 
 
 
 
첫 번째 내담자인 월요일의 로라는 이전부터 계속 상담을 받아왔던 케이스로서 상담을 진행하다가 상담에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인 <성적 전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내담자 로라는 상담자 폴에게 어느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물론 폴은 이미 유부남이다. 로라의 이러한 고백에 당황한 폴은 자신은 상담자일뿐이며 그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얘기해준다. 성적 전이 문제는 이후에도 로라와의 상담에 있어서 핵심 사항으로 계속 드러나고 있는 부분에 해당한다. 물론 실제 상담에도 이런 경우는 <역전이> 현상과 더불어 매우 빈번이 나타난다.
 
 
 
 
 
두 번째 내담자인 화요일의 알렉스는 중동 지역에 폭탄투하를 하기도 하는 해군소속의 항공조종사로서 자신의 그러한 임무로 인해 이슬람 지역의 아이들이 죽기도 하는 것임을 잘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 자신은 임무에 충실할 뿐이라고 했지만 무의식 속에서는 나름대로 그 자신의 죄책감을 씻기 위한 속죄의 행동을 한 것이 아닌지 하고 상담가인 폴이 넌지시 언급해주자 알렉스는 그동안 그제서야 무언가 자기가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에 직면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알렉스는 내담자들 가운데서는 가장 자신감 넘치는 듯한 거만한 모습으로 나오는 자존심 강한 캐릭터이다.
 
 
 
 
세 번째 내담자인 소피는 주변 자극에 매우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델리케이트한 10대 소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때마침 사고가 나서 자신에 대한 심리상담가의 평가가 필요해서 찾아온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써달라는 것이었다. 소피는 폴의 얘기에 이래저래 민감하게 반응하며 당장이라도 상담을 그만두고 문을 박차고 나갈 것처럼 매우 예민하게 굴었다. 이래저래 얘기를 나누던 상담가 폴은 결국 소피에 대한 평가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며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한다. 물론 이후에도 소피는 계속 까칠하고도 민감한 반응들을 곧잘 보여주곤 한다.
 
 
 
 
네 번째 내담자인 제이크와 에이미 부부는 함께 상담을 받으러 오는 케이스인데, 남편인 제이크는 에이미가 상담 시간에 늦곤 하자 어디서 누구와 뭘 했는지 따지면서 지극히 의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며 싸우곤 하는 부부였는데 마침 에이미가 임신을 하게 되어서 아이를 낳아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상담을 받으려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남편인 제이크가 흥분한 상태에서 결국 상담가인 폴을 구석으로 몰고가자 폴은자신의 생각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을 하고 만 것이다. 어쨌든 이 부부의 상담 역시 다음 세션으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다섯 번째는 상담자인 폴 자신이 내담자로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그는 오래 전 자신의 슈퍼바이저였던 지나를 찾아가 자신의 힘든 심경들을 토로하려 한다. 폴은 자신을 찾아온 내담자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들과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과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들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데 결국 지나를 찾아오게 된 것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서로 얘기하면서도 서로 간의 관점들이 차이가 있어 서로의 얘기들은 곧잘 어긋나고 만다.

이러한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번갈아 계속 이어지며 진행되는 상담 내용들이 인트리트먼트 시즌1의 주요 골자이며, 인트리먼트는 말그대로 치유 안에 있으려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상담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미국은 한국과 달리 보험처리가 되어서 그런지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도 매우 일상적인 모습들 중 하나에 속한다.
 
 
느낀 점

어떤 점에서 나는 이 드라마가 연기가 아니라 진짜 정말로 상담 장면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놀라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화면 속의 두 사람 간의 대화는 그야말로 순간순간마다 서로 피드백이 되곤 하는데, 그것을 차마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를 연기라고 한다면 그것은 매우 고도로 정교하게 잘 짜여진 높은 경지의 각본에 따른 연기가 아닐 수 없다. 등장인물들은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 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작고도 미묘한 몸짓이나 표정에까지도 서로 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면들을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지나역의 다이안 위스트는 에미상으로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단다.

이 드라마에서 상담자인 폴의 상담방법은 내담자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으면서 그다지 무리하게 상담을 이끌어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거의 인지심리학 입장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자동적 사고나 핵심 믿음 등등 인지심리학의 그러한 도식적 공식들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담자는 내담자가 곧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바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내어서 직면하게끔 보여주곤 했다.

인상적인 점은 상담자가 정서적 공감의 표현들을 크게 하는 모습들은 별로 나오질 않았다는 점이다. 이를 테면 내담자의 사연들에 대해 “많이 속상했겠군요”, “힘들었겠군요”, “안타깝군요” 하는 표현들보다는 약간 고개를 끄덕이거나 동의를 표해주는, 절제된 정도의 공감적 표현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지 그 이상의 공감적 표현들은 여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한국에서 진행된 상담 장면이라면 좀더 큰 반응에 해당하는 정서적 공감의 표현들을 보여주곤 했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암튼 상담자 폴은 시종일관 계속 주의 깊게 경청하는 자세였고 이따금씩 의문이 있을 경우 드문드문 개입하는 편이었다. 대략적으로 판단하건대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화 비율은 2대8 혹은 많아봐야 3대7 비율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상담자인 폴 역시 나름대로 힘든 고충들을 안고 살아가는 상처 입은 치유자의 모습이었다. 아내인 케이트와 영재로 나오는 아들 맥스는 남편과 아빠로서의 폴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드라마에서 폴은 정말로 아내 케이트와 아들 맥스와의 대화에 있어서는 삐그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편과 아빠로서의 폴에게 관심받고 싶어하지만 정작 폴 자신은 가족들에게 그러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상담자로서의 폴과 아빠로서의 폴은 매우 달라보인다. 일에 지쳐 있는 폴은 그러한 자신의 가족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나중에 진행되는 세션을 보면 알겠지만 급기야 아내 케이트는 남편 폴에 대한 반감인지 몰라도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고까지 말하고, 폴은 그러한 아내에 대해 그만 격한 화를 내곤 하였다. 매우 심각한 가족 관계의 갈등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인지 폴은 자신의 슈퍼바이저였던 지나를 찾아가 다시 상담을 받곤 하지만 여전히 큰 만족을 느끼진 못하고 있다.
 
 
나오며 : <치유>란 상처를 안고서 치유하려는 그 과정 자체
 
그렇다면 미국드라마 <인트리트먼트>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는 과연 무엇인가? 내가 보기에 그것은 우리 모두는 누구나 상처 입은 사람들로 살아간다는 것이며, 그러한 상처 가운데서 치유를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사실 <인트리트먼트>in treatment는 <인허트>in hurt이기도 한 것이다(갑자기 REM의 징글쟁글한 기타소리와 가사가 감동적인 명곡인 'everybody hurts'가 생각난다). 내가 보는 진정한 행복 역시 고통의 차원과 함께 가듯이 치유라는 것도 결국은 상처를 안고서 함께 가는 것이다. 따라서 상처를 안고 치유하려는 그 과정 자체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장적 치유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사람들 간의 대화가 얼마나 큰 에너지들을 서로 주고받는 것인지를 <인트리먼트>라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매순간 주고받는 대화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자극과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한 미묘하게 치유와 통찰을 얻기도 한다. 드라마 <인트리트먼트>가 보여주고 있는 상담이란 치유하는 과정으로서의 대화인 것이다.

말 가운데 신(God)이 거한다는 얘기가 있다. 왜냐하면 말은 로고스(logos)이기 때문이다. 형태가 없는 소리나는 음절들이 어떻게 배열되고 조직화되느냐에 따라 그것이 상대방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매우 신비로운 현상이기도 하다. 보다 성숙한 상담 혹은 대화란, 우리 자신들의 깊숙한 곳에 알게 모르게 품고 있던 신적인 요소들을 말로 꺼내어서 서로 주고받으며 그럼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몰랐던 점들을 일깨워주고 또한 용기를 갖도록 북돋워주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즉, 나와 너 안에 있는 신과의 만남이 언어를 매개로 서로 공명하며 불꽃을 일으킬 때 진정한 치유가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알고 보면 고통과 치유는 하나이며 단지 의지를 통해 아름다운 삶을 꽃피워낼 수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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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 제목에 제가 '비교적'이란 단서를 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 심리상담의 전형이 일부 담겨 있지만 동시에 서양식 심리상담의 한계도 엿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상황에서 일반 내담자들은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내담자처럼 충분히 오리엔테이션 되어 있지 않고 자발성도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언어(verbal)와 사고(thinking) 중심의 상담 방식-주로 인지치료-도 고학력자에게 보다 적합한 형태지요. 따라서 이 드라마를 통해 상담장면의 일부를 이해하는 것은 좋지만 상담장면의 전형으로 받아들이는건 무리일수 있다는 견해입니다. '비교적' 잘 묘사되었으나 '여전히' 한계점은 있다는 것, 그 차이와 대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우리나라 현장상담가들의 몫이겠지요.
 
/ SJ 더스틴